RyuWoong
개발

롤에서 빠르게 채팅하기?!

26년 09월 04일

RyuWoong

롤에서 빠르게 채팅하기?!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다 보면 채팅이 꼭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단순한 정치나 말싸움뿐만 아니라, “텔레포트 빠졌어요”, “이번 웨이브 밀고 합류할게요”, “바론 시야 확인해주세요”처럼 순간적으로 팀원에게 오더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다.

하지만 라인전을 진행하는 도중 채팅을 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키보드로 손을 옮기는 순간 캐릭터의 움직임이 끊기고, 실수로 스킬이나 소환사 주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타 중이라면 잠깐 멈추는 것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보고 싶어 음성 받아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말하면 받아쓰고, 채팅에 붙여넣는 방식

처음 생각한 작동 방식은 단순했다.

  1. 특정 키를 누르고 있는 동안 마이크로 음성을 입력한다.
  2.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장으로 변환한다.
  3. 키를 떼면 받아쓴 문장을 클립보드에 저장한다.
  4. 게임 채팅에서 Ctrl + V로 붙여넣고 엔터를 누른다.

받아쓰기 결과는 디스코드나 OP.GG에서 사용하는 오버레이처럼 게임 화면 위에 표시하도록 했다. 항상 음성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키를 누르고 있는 동안만 작동하는 ‘눌러서 말하기’ 방식을 적용했다.

게임 중 필요한 순간에만 말을 하고, 키를 놓으면 문장이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꽤 간단하지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문제, CPU에서 실행한 Whisper

처음에는 Whisper Small 모델을 CPU로 실행했다.

기본적인 문장은 인식했지만 실시간으로 사용하기에는 속도가 아쉬웠다. 말을 끝낸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짧은 오더나 게임 용어의 인식 정확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챔피언 이름이나 아이템 이름처럼 일반적인 음성 인식 모델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단어에서 오인식이 발생했다.

그래서 음성 인식 작업을 GPU로 옮겼다. GPU를 적용하자 체감 속도가 크게 개선됐다. 말을 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문장이 화면에 나타났고, 오버레이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Small 모델은 여전히 정확도에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Whisper Medium 모델로 변경했다.

내 환경에서는 RTX 4070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델 크기를 키워도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 않았다. 받아쓰기 속도는 여전히 빠른 편이었고, 문장 정확도는 확실히 좋아졌다.

이 정도면 실제 게임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게임에서 테스트해봤다

이제 실전에서 테스트할 차례였다.

음성은 정상적으로 인식됐다. 오버레이에도 문장이 잘 표시됐고, 받아쓴 문장은 클립보드에도 정상적으로 저장됐다.

그런데 리그 오브 레전드 채팅 입력창에서는 문장이 붙여넣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클립보드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메모장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Ctrl + V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클립보드 저장과 읽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클립보드의 내용을 채팅 입력창으로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보안이나 치팅 방지 등의 이유로 별도의 입력 방식을 사용하거나, 외부 클립보드 입력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키 입력을 직접 보내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클립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받아쓴 문장을 클립보드에 저장하는 대신, 프로그램이 키보드 입력을 직접 보내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단순한 클립보드 사용과는 달랐다. 외부 프로그램이 게임에 키 입력을 전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게임을 자동으로 플레이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마이크로 입력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그 내용을 채팅에 입력하려는 것이었다.

그래도 뱅가드나 라이엇의 운영정책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 수 없었다. 사용 목적이 선하더라도 외부 프로그램을 통한 키 입력 자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직접 라이엇에 문의하기로 했다.

라이엇 고객지원에 문의했다

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아래와 같은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었으나, 비인가 정책에 해당 되어 밴 당할까봐 먼저 질문 드립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클립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따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제 프로그램은 클립보드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작동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마이크에 수음된 내용을 받아써서 클립보드에 저장함 2. 채팅에 붙여넣을 수 있음. 이는 복잡한 싸움 가운데 타이핑으로 운영적인 내용을 설명하다가 스펠 또는 스킬을 사용하는 실수나 일시적으로 멈춰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개발되었습니다. 만약 클립보드가 안되서 빠르게 키입력을 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우회한다면 뱅가드에 걸려서 문제가 될까요?

처음에는 매크로성 답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문의 내용이 담당 부서로 전달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라이엇의 첫 번째 답변

안녕하세요, 플레이어님.

플레이어님의 문의 사항을 세심하게 살펴 도움드리기 위해 찾아온 [GM] 다정입니다.

인가 프로그램의 허용 규정 및 정책 관련하여 문의해 주셨어요.

클립보드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 중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활용하여 사용하려고 하나 비인가 정책에 해당되어 제재를 받으실까 많이 걱정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어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플레이어님의 문의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담당 부서로 전달을 완료했어요.

전달 이후 순차적으로 조사가 진행되기에 완료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나 최대한 빠르게 도움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담당 부서를 통해 검토가 완료되면 다시 한번 플레이어님께 관련 소식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에요.

그러니 문의가 자동으로 해결 처리가 된다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플레이어님께 도움이 되기 위해 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GM] 다정
Riot Games Player Support

담당 부서로 전달되었다는 답변을 받은 뒤, 조금 기대를 하게 됐다. 프로그램의 목적과 작동 방식을 검토한 뒤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안내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종 답변은 명확한 허가가 아니었다.

라이엇의 최종 답변

안녕하세요. 플레이어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다시 인사드리는 [GM] 다정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문의해 주신 내용에 대해 담당부서로부터 확인이 되어 안내를 드리려고 해요.

추가적으로 플레이어님께서 불타는 전투를 펼치며 채팅으로 전략을 설명하다가 스펠 또는 스킬이 사용되는 실수나 일시적으로 멈추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클립보드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만, 클립보드가 적용되지 않아 빠르게 키 입력하는 방향으로 우회한다면 뱅가드에 걸려서 문제가 되는지 많이 궁금하셨을 것 같아요.

플레이어님께 유용할 정보들에 대해 있는지 내부적으로 샅샅이 살펴보았어요.

먼저, 말씀하신 비인가 정책의 경우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저 또한, 플레이어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라이엇 게임즈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한 정보가 아닌 경우 고객지원에서 안내해 드리기 매우 제한적이에요.
조금이나마 플레이어님께 보탬이 되어 드리고자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외부 프로그램 제작에 관련된 내용은 정확한 확인 후 안내드리기에 한계가 있는 점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운영정책에 따라 회사의 명시적인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권장드리지 않는 점 공유드려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랑하시고 즐겨주시는 플레이어님께서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하시고 계신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뛰어나나 이로 인한 문제 및 제재에 대해서는 고객지원에서 답변드리기 매우 어려운 점에 간절히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나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고객지원을 찾아와 주세요. 플레이어님께 도움이 되기 위해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GM] 다정
Riot Games Player Support

답변을 정리하면, “반드시 제재된다”는 명확한 답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용해도 괜찮다”는 허가 역시 아니었다.

다만 라이엇은 회사의 명시적인 허락 없이 외부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사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결국 실제 게임에서 키 입력을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우회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발을 통해 음성 받아쓰기 자체는 충분히 실용적인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GPU를 사용하면 Whisper Medium 모델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고, 실시간 오버레이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 사용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게임사의 보안정책과 운영정책까지 함께 고려해야 했다.

프로그램의 의도가 게임 플레이를 자동화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더라도, 외부 프로그램이 게임에 키 입력을 전달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게임 외부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얻지는 못했다.

팀 보이스와 함께 실시간 자막도 제공된다면

라이엇은 2026년 3월 개발 블로그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팀 음성 채팅 계획을 공개했고, 해당 기능이 PBE 테스트 서버에 적용되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정식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안내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음성 채팅 개발자 블로그

팀 보이스가 도입되면 빠른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음성 채팅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과 음성으로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청각에 어려움이 있어 음성 채팅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래서 팀 보이스와 함께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자막이나 음성 받아쓰기 기능도 제공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 채팅을 사용하지 않는 플레이어도 팀원의 의사소통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고, 청각에 문제가 있는 플레이어도 팀의 오더를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결국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개발을 진행하면서 게임에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기능과 실제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됐다.

언젠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팀 보이스가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음성 채팅뿐만 아니라 실시간 자막과 같은 접근성 기능도 함께 제공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외부 프로그램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음성 받아쓰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겪은 기술적 문제와 정책 확인 과정을 공유하기 위한 글입니다.